몽골의 후미(Khuumei): 목소리로 만드는 전통적 두 소리 창법과 보존 노력

1. 후미의 기원과 몽골 유목민 문화와의 연관성

후미(Khuumei)는 몽골의 전통적 목소리 창법으로, 목소리를 사용해 동시에 두 개의 소리를 내는 독특한 음악 형식입니다. 후미는 몽골 유목민들의 삶과 자연환경에서 비롯된 예술로, 대초원과 산맥의 소리를 모방하거나 이를 통해 자연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후미는 몽골의 유목민들이 자연을 관찰하며 느낀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바람 소리, 강물의 흐름, 새소리 등 자연의 다양한 음향이 후미 창법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소리는 유목민들의 삶에 깊숙이 뿌리내린 환경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하며, 그들의 세계관을 담고 있습니다.

후미는 몽골의 유목민 문화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그들의 정체성과 전통을 상징합니다. 유목민들은 후미를 통해 공동체적 정체성을 강화하고, 축제나 종교적 의식, 일상에서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연결된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후미는 단순한 음악 형태를 넘어, 몽골 유목민들의 자연 중심적 생활 방식과 정신세계를 반영하는 중요한 문화유산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 후미의 독특한 창법과 소리 생성 과정

후미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사람의 목소리로 동시에 두 개의 소리를 만들어내는 독특한 창법입니다. 이 기술은 고도의 훈련과 기술적 숙련도를 필요로 하며, 몽골 전통 음악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후미를 부를 때, 가수는 먼저 기초 음을 내는 낮은 목소리(drone)를 생성합니다. 이 기초 음은 가슴과 목구멍에서 진동을 통해 만들어지며, 후미의 기본적인 음조를 형성합니다. 그런 다음, 입술, 혀, 목구멍의 미세한 움직임을 조정해 고주파 소리를 동시에 생성합니다. 이 고주파 소리는 가사나 멜로디를 대신하며, 자연의 소리를 모방하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사용됩니다.

 

후미 창법은 다양한 스타일로 나뉩니다.

예를 들어, 슈트가(Kharkhiraa)는 낮은 베이스 음과 높은 고음의 조합으로 힘차고 강렬한 소리를 내며, 이즈게렐(Isgeree)은 휘파람 같은 고주파 소리를 중심으로 더 부드럽고 섬세한 느낌을 줍니다. 이러한 스타일은 연주자의 기술 수준과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에 따라 달라집니다.

후미의 소리 생성 과정은 인간의 목소리를 도구처럼 사용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한 음악 기술을 넘어, 인간과 자연의 교감을 표현하는 상징적 예술로 여겨집니다.

 

 

 

3. 현대에서 후미가 직면한 도전과 변화

후미는 몽골 전통문화의 중요한 부분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지만, 현대화와 도시화로 인해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몽골 사회는 도시 중심의 생활 방식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젊은 세대는 농촌과 유목 생활의 전통적 가치와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후미와 같은 전통 예술에 대한 관심 감소로 이어지고 있으며, 후미를 배우거나 연주할 수 있는 젊은 인재의 부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현대의 음악 시장에서 대중적인 트렌드와 서구 문화의 영향이 강해지면서, 전통 음악인 후미는 상대적으로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대중음악은 화려한 기술과 멜로디 중심의 구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 후미는 그 독특한 창법과 미학적 깊이로 인해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는 장르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후미가 문화적 중요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세대와 연결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상업화의 영향도 후미가 직면한 또 다른 문제입니다.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후미는 종종 독창적인 문화 유산보다는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공연 상품으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업적 접근 방식은 후미가 가진 철학적 깊이와 문화적 가치를 희석시키며, 전통적 맥락에서 벗어난 채 단순히 시청각적 즐거움을 위한 도구로 소비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전통적으로 후미는 공동체적 정체성과 자연과의 연결을 상징하는 매체였지만, 현대의 공연 환경에서는 개인적 예술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후미의 원래 목적과 철학이 왜곡되거나 축소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미를 단순히 음악적 표현이 아닌, 몽골 문화의 본질적 부분으로 보존하고 전승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4. 후미 보존을 위한 노력과 국제적 관심

후미를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 몽골 정부와 문화 단체들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습니다. 후미는 2010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 후미의 가치를 알리고 보존 노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등재는 후미가 단순한 음악적 전통을 넘어, 인류의 문화적 다양성을 대표하는 유산으로 인정받는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몽골의 여러 교육 기관과 음악 학교에서는 후미의 전통을 다음 세대에 전수하기 위한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창법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후미가 가진 철학과 문화적 의미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워크숍과 체험 행사를 통해 국내외 대중이 후미를 직접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는 후미의 접근성을 높이고, 전통 예술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협력과 연구도 후미 보존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몽골의 음악 학자들과 국제 연구자들은 후미의 역사, 창법, 그리고 문화적 맥락을 심층적으로 연구하며, 이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아카이빙은 후미의 보존과 전승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은 후미의 소리와 창법을 고품질로 녹음하고 시각적으로 기록해, 후미의 독창성을 전 세계 연구자와 예술가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현대 음악과의 융합도 주목할 만합니다. 몽골의 현대 음악가들은 후미를 대중음악이나 실험적인 장르에 통합하며, 전통 음악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후미의 예술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확장하며, 젊은 세대와 국제 관객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처럼 후미 보존을 위한 노력은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며, 후미가 단순한 유산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문화적 표현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